
Q. 널디나(nerdina)님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 저는 힙한 찌질이, 인디펜던트 뮤지션 널디나입니다.
Q. 널디나(nerdina)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성인이 된 새해를 맞아 강남역에 있는 클럽을 처음 가게 됐어요.
지인 소개로 모르는 사람들과 얼떨결에 테이블에 앉게 됐는데, 제게 술을 한 잔 따라주며
“여자 좀 꼬셔와요”라고 하더라고요.
이름 모를 양주가 담긴 유리잔을 들고,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일렉트로 음악에 어색한 그루브를 타며
쭈뼛쭈뼛 용기를 내어 여성분들께 말을 걸어보았지만,
그분들이 당장 필요했던 건 제가 쥐고 있던 알코올과 주머니 속 담배였어요.
그렇게 잔도 누군가에게 뺏기고, 이 분 저 분께 담배를 다 나눠주고 나서 클럽에서 나왔어요.
그때 느꼈어요! “아, 나는 클럽 안에 찌질이구나!”
‘nerd in a club’이라는 문장에서 club이라는 단어를 빼고, ‘널디나(nerdina)’라는 이름이 탄생했죠.
Q.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그리고 꿈은 뭐였나요?
소위 말해 ‘강남 8학군’이라는 아이코닉한 지역에 살며 공부는 많이 못했습니다(하하). 아이러니하게 학원은 열심히 다녔는데, 영 소질이 없었어요. 그땐 대학을 안 가면 인생에 엄청난 오점이 생길 줄 알았어요(가긴 갔지만…)
꿈은 남들이 다 적는 걸 적었던 것 같아요. 외교관이나 PD, 교수 등. 초등학교 때는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스키점프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평창으로 이사가자고 졸랐던 기억이 있어요. 확실한 건, 음악이나 예술과 관련된 직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Q.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중학교 1학년 때, 옆 반에 석원이라는 친구를 알게 됐어요. 대뜸 닥터 드레나 투팍 같은 미국 래퍼들을 아냐고 물었는데, 저는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왜인지 자존심이 상해서 열심히 음악을 찾아 듣고 혼자 따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내친김에 내가 직접 가사를 써서 녹음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할아버지가 중학교 입학 선물로 사 주신 꽤 고가의 아이팟(iPod)을 부모님 몰래 중고나라에 팔아버리고 그 돈으로 마이크를 샀죠. 이게 제 첫 시작이었어요.
그 당시 저는 또래 친구들처럼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공을 차는 건 큰 흥미가 없었어요(물론 지금도 그래요). 대신 홍대 윗잔다리 공원/놀이터 등에서 진행되던 프리스타일 싸이퍼도 자주 참여했고, 한국 힙합 1세대 MC메타가 진행하던 오픈마이크 ‘모두의 마이크’에도 꾸준히 나갔던 기억이 나요.
고등학교 입학 후 ‘흑락회’라는 흑인음악 동아리에 소속돼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강남/서초구 고등학교 찬조 공연도 열심히 다녔고, 중학교 때 밴드 하던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홍대 클럽 대관 공연도 했어요. 그렇게 시작을 했지만, ‘아티스트’라는 말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Q.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한국에서는 우효, 검정치마, 아도이, 염따, 진보, 비아이, 유브이, 장기하와 얼굴들 등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있지만…).
그리고 해외 아티스트로는 Justin Bieber, Lauv, Mac Miller, Machine Gun Kelly, Avril Lavigne, Ariana Grande, Post Malone, Taylor Swift, HONNE, Powfu, d4vd 등이 있어요 (더 있지만…). 한 명의 아티스트를 꼽긴 어렵네요…(도와주세요…)
Q. 널디나(nerdina)님의 최근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해줄 수 있나요?
그럼요! 당연하죠! 멜론에 등록된 2000곡을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지난 달에는 Weezer 음악에 빠져서 한동안 들었어요.
최근엔 Aqua의 'Barbie Girl' 라이브 영상을 엄청 보고 있어요. 너무 신나고 재밌더라고요. 그런 곡을 만날 수 있거나, 만들 수 있다면 주저 없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퇴근할 땐 윤지영님의 노래도 자주 듣고, 출근이나 조깅할 때는 TEAM NY의 노래를 들어요. 누가 Daniel Caesar의 노래를 듣곤 제 목소리가 떠오른다고 해서 한동안 또 열심히 들었죠. (간극이 좀 크죠…?)
이어폰을 가끔 잃어버리는데, 그때마다 산소호흡기가 없어지는 것 같은 공포감이 들어요. 요 며칠은 발매를 앞둔 제 새 노래들을 주구장창 듣고 있어요. 뮤직비디오 구상도 하고 춤도 춰보면서요.
Q.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시나요?
모 방송국 보도국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직업 특성상 일이 생겼다가 없어지고, 또 없었다가 갑자기 생기길 반복해 정신없이 살고 있어요.
기사 작성을 비롯해 촬영과 편집, 운전 실력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물론 건강은 나빠졌지만) 하루하루가 새롭고 또 어렵고 그래요 (많이…)
Q. 작업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요?
곡마다 제 개인적인, 간접적인 사실과 허구가 녹아있어요.
그래서 제 모든 노래를 사랑해요. 상대적으로 애착이 덜 가는 곡을 꼽는 게 빠른데, 첫 앨범의 ‘Only My Fault’라는 곡이예요.
그 노래 만들 때 진짜 힘들었어요.
자존감이 지하로 떨어졌을 때 꾸역꾸역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웃긴 건 그 노래가 가장 좋다고 말해주는 해외 팬 분도 몇 분 계셨고,
안무를 짜서 코레오 영상을 찍어준 한국 댄서 분도 계셨어요.
‘가사말에 진심을 담지마’란 검정치마의 "음악하는 여자" 노랫말이 떠오르는데,
원작자만 알겠죠, 그 노래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노래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으로(?) 소비된다는 건 참 묘한 기분이 들어요. 어쩌면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저 또한 그 노래를 아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Q. 앨범에 영어 가사가 많은데, 혹시 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혼자 호주 브리즈번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태어나서 첫 비행기, 첫 해외를 ‘혼자’.
지금 생각하면 저희 부모님이 참 대단하기도 하고.
약 2년간의 유학생활을 버텨낸 어린 시절의 제가 대견하게 느껴져요.
간접적으로 보는 것과 직접 피부로 느끼는 건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영어의 생활화와 더불어 새로운 가치관,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왈라비들이 뛰노는 벌판, 교정에 우뚝 선 나무 꼭대기에서 낮잠 자는 코알라,
스쿨버스에서 이름 모를 백인 친구가 들려줬던 Michael Jackson의 노래까지.
모든 게 영감이었어요.
Q. 작업할 때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요?
사람마다 작업하는 방식(?) 스타일이 있겠지만, 확실한 건 전 작업 속도가 빠르지 않아요.
자판기처럼 쭉쭉 나올 땐 정말 저도 모르게 어느새 곡이 뚝딱 완성되는데,
억지로 뭔가 하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제가 추구하는 완성도와 멀어지는 것 같아요.
고민도 많고, 실험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방황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근데 뭔가 확신이 서는 순간이 찾아오면, 해당 작업/프로세스를 ‘즉각 추진’해요.
아주 그냥 잘근잘근 확실히 꼭꼭 씹어서 무조건 이뤄버려요.
Q. 곡 작업할 때 먼저 비트를 듣나요, 아니면 가사부터 시작하나요?
50:50인 것 같아요. 예전에 써둔 가사가 어느새 곡으로 완성될 때도 있고,
좋은 레퍼런스가 떠올라 주변 동료 뮤지션들의 도움을 받아 퍼즐 맞추듯 하나씩 완성하기도 해요.
Q. 어떤 비트가 들리면 ‘이건 내 거다’라는 확신이 드나요?
사실 이건 꽤 어려운 문제예요. 전, 제 노래를 만들 때 장르를 항상 열어둬요.
랩이 좋아 음악을 시작했다고 해서 랩만 하라는 법도 없고,
떠오르는 수많은 이야기를 하나의 장르로 귀결해 앨범으로 전개하고 싶지도 않아요.
아니, 그럴 수 없어요. 어쩌면 그렇게 나고 자란 것 같아요.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에 대해 적어두었는데, 그냥 단순히 그 아티스트가 좋아서 적은 게 아니예요.
언젠간 그들에게 받은 영향이 제 음악에 조금씩 묻어나고 그럴 거예요.
몇 년 전, 씬에서 꽤 유명한 공연 기획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널디나 씨는 락페에 어울리는 아티스트인가요? 아니면 힙합 페스티벌?”
“소비자들이 당신을 어떤 페스티벌에서 소비할 것 같나요?”라고 하셨을 때 머리가 띵 하더라고요.
과연 나는 어디에 어울릴까? 부터 시작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로 접근하게 됐어요.
지금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근데 뭐, 힙페면 어떻고 락페면 어때요. 무대에 오를 수 있다면 영광스럽게 공연할 거고,
장난 아니게 행복한 장면을 구현해 낼 거예요.
나만이 아닌 타인도 그 행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그런. 난 충분히 할 수 있어요.
Q. 공연 중 관객 반응이 가장 폭발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전 공연을 정말 잘 해요 (하하) 제 무대에선 저와 관객 모두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무대에 오를 때 필히 하는 다짐이예요. 진심은 언젠간 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많은 무대에 서 봤지만 2023년 무신사 개러지에서 개최된 뮤콘(MU:CON) 쇼케이스가 기억에 남아요.
권진아 님, 홍이삭 님 다음 제 순서였고, 당일 모두 처음 보는 관객들이었어요. 그분들도 제 노래를 처음 들으셨어요.
정말 원 없이 모든 걸 보여드리니, 그분들도 저와 함께 원 없이 뛰어주셨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제 노래에 빠져 부르짖는 괴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해요.
그 해 SBS M ‘우리 음악인 축제’에서 B1A4 바로 님께도 제 무대를 보여드렸는데,
뭔가 날아오는 ‘쇠 공(?)’ 같다고 하셨어요. 굉장히 찰떡의 비유인 것 같아요. 앞으로 더 공연할 날들이 많으면 좋겠어요 :) (차고 넘쳐 흐르면 좋겠어요!)
Q. 협업할 아티스트를 디깅할 때 주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가 있어요. 해당 아티스트의 목소리/연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 행운이에요.
한 발 더 가까워진 거죠. 인연을 찾아 나서는 건 꽤나 힘든 여정이지만, 웨이버라는 플랫폼이 향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Q. 협업 진행 시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주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의견 충돌이 발생했을 때, 이걸 해소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건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사람과 사람 간의 작업이기에 다 내 마음 같을 수 없고, 저 본인도 협업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 발생하니까요.
일단 협업 진행이 확정된다면, 최대한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어요.
갈등 상황을 굉장히 싫어하고 또 어려워하는데, 내적이든 외적이든 갈등이 없으면 변화를 이루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조심조심 천천히 다가가는 것 같아요.
Q. 음악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나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
‘앨범’ 단위 작업물을 공개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좋은 앨범.
저 역시 제가 언급했던 아티스트의 음악들을 앨범 단위로 듣고, 향유해요.
싱글을 주기적으로 발매해 청자와 업계에 지속적으로 피칭하는 게 2년 전 즈음의 목표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남들이 다 하는 좋은 방식을 제 성향과 상황에 안 맞게 억지로 하는 건 독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 페이스에 집중해, 제가 들었을 때 가장 행복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 남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Q. 평소 성격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그리고 음악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떤 것을 하시나요?
평소 성격이라… 여러 페르소나가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농담 따먹기 할 때는 신나게 참여하고, 혼자 있을 땐 계속 혼자 있고.
아, 그리고 멀티를 잘 못해요. 사소한 것이라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할 때는 도저히 다른 일에 집중을 못하겠어요.
이를테면 인터뷰 내용을 작성하는데 친구와 통화를 하는 건 저에겐 있을 수 없어요.
따로 취미가 없어서 일이 없을 땐 작업하거나, 자거나 둘 중 하나예요.
몇 년 전까지는 춤을 정말 열심히 췄는데, 요즘은 그러지 못해 좀 속상해요.
Q. 앞으로 음악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하는 작업 방식 특성상 매 순간이 도전인 것 같아요. 작업실에 앉아있는 순간순간 새로워요.
마케팅이고 뭐고, 뮤지션이면 일단 음악부터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그렇게 되고 싶고요.
그게 도전일 것 같아요. 작사, 작곡, 편곡, 믹스, 비즈니스… 공연 기획 등등. 어쩌면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게 매일 도전 과제일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이 많죠.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함께 해주시는 제 주변 동료 아티스트 분들께 참 감사해요.
Q. 마지막으로 웨이버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웨이버가 많은 아티스트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길 기대해요. 저 역시 애용할 거예요 :)
제 음악을 기다리시는 팬들의 연락을 이따금씩 받을 때, 제가 살아 있는 이유를 느껴요.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조만간 멋진 트랙으로 찾아 뵐게요. Nerd in a club, campus, everywhere for sure :)